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고대 우주관을 반영한 네모난 연못 속의 동그란 작은 섬.<br/> 부용지는 우리나라 전통 연못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두 다리를 담그고 서 있는 부용정 기둥에는 주련마다 아름다운 시구가 적혀 있습니다.<br/>부용지의 연꽃 향기는 사향처럼 십리에 퍼지고,<br/>연꽃의 맑고 깨끗한 모습은 부처님의 상을 나타내며,<br/>넓은 잎은 신선들의 우산이 되고,<br/>그 위에 구르는 빗방울은 염주가 된다. <br/>즉, 부용정을 신선과 부처가 사는 신비스런 공간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부용정을 가장 사랑한 이는 정조임금이었습니다.<br/> 개혁 의지가 강한 정조임금에게는 그를 반대하는 수많은 정치세력과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산더미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휴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요.<br/> 정조 임금은 틈날 때마다 가까운 신하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낚시를 하고 술잔을 돌리며 의리를 다졌습니다. 연못에 배 띄우고 시 짓기 놀이를 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을 연못 가운데 섬에 잠시 귀양 보내는 벌칙을 주기도 했답니다.<br/> 당시 지은 정조 임금의 시를 들으며 그 옛날 부용정에서 열린 연회를 한번 상상해보시지요.<br/>이 자리에 원기가 다 모였으니 오늘은 온 집안이 봄이로구나.<br/> 꽃나무는 겹겹이 서로 섞여 있고 못 물은 출렁출렁 싱그러워라.<br/> 제군은 다 가까운 자리에 있으니 약간 취하는 것도 자연스러운데<br/> 작은 노 저으며 일제히 흥에 겨워 궁궐 숲에 달 뜨기만 기다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