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크지 않은 고요한 연못은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의 애련지입니다. 반은 연못에 걸친 채 서 있는 작은 정자의 이름도 애련정이지요. 애련정은 원래 연못 가운데 섬처럼 지어졌으나 후에 연못 가로 옮겨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 모두 1692년인 숙종 18년에 지어졌는데 ‘애련’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숙종 임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평생 연꽃을 사랑함은 붉은 옷을 입고 더러운 곳에 처하여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세속을 벗어나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을 벗어난 것이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이다. 애련정 기둥에 걸린 여덟 폭의 주련 역시 연잎에 구르는 빗방울을 진주로, 붉은 연꽃을 곱게 화장한 여자의 뺨으로 비유하며. 하나같이 연꽃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숙종 임금은 심한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왕비 인현왕후를 내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봉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장씨와의 관계가 멀어져서 다른 여인과 애련지를 산책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가 바로 훗날 21대 영조 임금의 어머니가 된 숙빈 최씨입니다. 이 당시 숙빈 최씨는 궁중에서 가장 천한 일을 하는 나인이었죠. 그러나 더러운 곳에 물들지 않고 언제나 맑은 연꽃처럼, 덕스럽고 단아한 최씨의 모습에 숙종 임금이 반한 것은 아닐까 감히 상상해 봅니다.